망가 골든카무이(ゴールデンカムイ)가 보여주는 문화의 힘

카테고리 없음|2020. 10. 30. 18:08

골든카무이(ゴールデンカムイ) 문화의 힘

 

망가 골든 카무이 주인공 아실파 (좌) / 스기모토 (우)

 


80년대초 패션에 앞서가던 국내 일부 여대생들은 일본의 패션잡지 논노 non-no(ノンノ)를 구해 읽었고 언론들은 왜색잡지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논노가 무슨 뜻인지 아는 이는 드물다. 심지어 일본인들조차 잘 모르는 단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홋카이도의 일본소수민족 아이누어로 ‘꽃’을 의미하는 단어다. 또 이자카야에서 사케와 함께 흔히 먹은 안주 시샤모(シシャモ)역시 아이누어 susam スサㇺ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어로 순록을 토나카이(トナカイ)라고 하는데 많은 일본인들은 이를 핀란드어에서 온 것으로 착각하지만 이 역시 아이누어다. 이 같은 아이누어에 대해 일본인들이 최근 급격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노다사토루(野田サトル)라는 작가의 골든카무이(ゴールデンカムイ)라는 망가 때문이다. 이 작품은 2015년과 2016년 망가부문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2018년엔 데즈카오사무 문화상을 시상했으며 4 월부터는 애니메이션화됐다. 

골든카무이란 제목은 숨겨진 금괴를 추적하는 스토리라 골든(ゴールデン)이란 단어에 신(神)을 의미하는 아이누어 카무이(カムイ)가 조합된 것이다. 참고로 아이누는 인간이란 의미다.  

스토리는 이렇다. “일로전쟁에 참전했던 전 육군병사 스기모토 사이치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홋카이도에서 사금을 캐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소문을 듣는다. 아이누가 몰래 숨긴 대량의 금괴를 빼앗은 이가 있는데 그는 사형수로 아바시리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 그는 같은 감방의 수감자 등에 금괴의 은닉장소의 암호를 담은 문신을 새겼다. 죄수들은 탈옥했고 그들을 잡아 문신을 모으면 대량의 금괴를 손에 쥘 수 있다. 스기모토는 금괴를 추적하다 큰 곰에 습격당해 위기에 빠지고 운좋게 아이누 소녀 아시리파에 구조된다. 숨겨진 금괴와 관련된 그녀의 아버지가 살해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기모토는 자기 목적을 밝히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로서 목숨을 건 죄수들과의 추격이 시작된다.”
 
작가 노다사토루(野田サトル)는 자신의 증조부인 스기모토 사이치를 주인공으로 묘사한다. 스기모토 사이치는 원래 큐슈출신으로 둔전병(屯田兵)이 돼 홋카이도로 배치돼 일로전쟁에 실제로 참여했다고 한다. 노다사토루는 증조부의 자세한 스토리를 몰랐지만 부친에게 집안 내력을 물은뒤 삿포로시의 공문서를 뒤져 증조부가 일로전쟁당시 203고지나 봉천대회전에 참전한 기록을 발견해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골든카무이(ゴールデンカムイ)에는 서부활극을 연상케 하는 골드러시와 금괴를 찾는다는 스토리는 물론이고 총기와 관련된 디테일한 밀리터리 지식, 신과 정령을 이야기하는 아이누 문화, 역사로망 등 스토리텔링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다. 

이 가운데 특히 놀라운 것은 아이누족 문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참고자료를 만화 권말에 수록했는데 모두 아이누 관련 비블리오그래피(bibliography)라고 한다. 

노다사토루는 일본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누의 음식문화도 인류학자처럼 철지히 발로 뛰며 조사했다. 아이누인의 수렵생활을 제대로 고증하기 위해 사슴, 곰고기의 식감을 비교하는가 하면 오소리의 머리. 뇌, 눈까지 맛봤을 정도였다. 맛보지 못한 고기는 동물연구학자에게 의견을 구했고 문헌을 꼼꼼히 찾아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만화에는 여주인공 아시리파가 미소(味噌)가 들어간 말고기 음식 사쿠라나베(桜鍋)를 맛보고는 똥 맛으로 착각한다는 대목까지 있을 정도로 디테일은 그야말로 극치다. 

아이누족 소녀 아시리파는 작품속에서 주인공 스기모토에게 아이누의 정신세계도 심오하게 가르친다. “우리들은 주변에 도움이 돼야하고 우리의 힘이 미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카무이(カムイ:神)로 경외하고 감사의 의례를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수렵을 생업으로 하는 우리에게 동물의 카무이는 중요한 신(神)이다. 동물들은 신의 나라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의 세계에서만 그들이 동물의 외피에 고기(肉)로 존재하는 것이다.” 

골든카무이(ゴールデンカムイ)에는 아이누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아이누어 감수는 치바 대학의 아이누어 문화와 언어 전문가인 나카가와 히로시 교수가 맡았다. 

망가 골든카무이에 나타난 아이누 문화에 대한 정밀한 묘사에는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아이누인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또 이 작품이 망가(漫畫)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지자 아이누 민속촌과 음식점이 있는 홋카이도 아칸코아이누코탄(阿寒湖アイヌコタン코탄은 부락)에는 골든카무이 매니아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간단한 아이누어 인사말 역시 소소한 관심거리다.  

이란카라프테 イランカラプテ : こんにちは 
이야이라이케레イヤイライケレ: ありがとう 
히오-이오이ヒオーイオイ : (편한 사이의)ありがとう
피리카 ピリカ : 良い・美しい 
힌나 ヒンナ : おいしい(맛있다, 또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의 의미도 있음)
이쿠앙 로 イクアン・ロー : 乾杯(아이누인인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
스이 우누카랑 로 スイ・ウヌカラン・ロー:さような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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