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네가시마쥬(種子島銃たねがしまじゅう)개발에 바친 효심, 와카사히메(若狭姫わかさひめ)스토리

카테고리 없음|2020. 10. 30. 18:02

  와카사히메(若狭姫わかさひめ)스토리   


일본 큐슈남단 카고시마현에 속하는 섬 타네가시마(種子島)는 일본이 H-II시리즈 로켓으로 위성을 쏘아올린 우주센터가 있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2007)의 실사배경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로켓이 발사된 이곳은 공교롭게도 일본조총의 원형인 타네가시마쥬(種子島銃たねがしまじゅう)가 개발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1543년 포르투갈인을 태운 중국 정크선이 타네가시마(種子島)에 표류했다. 이 배에 탔던 포르투갈인은 신병기 텟포(鉄砲てっぽう)를 가지고 있었다. 타네가시마의 도주(島主)인 타네가시마토키타카(種子島時堯たねがしまときたか)는 굉음과 함께 먼곳의 표적을 부수는 텟포를 신기하게 여겼다. 활이나 칼과는 다른 위력적인 무기라 천하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경외심이 생겼다. 

토키타카는 화승총(火縄ひなわ銃)인 텟포 두정을 2000량이란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하나는 가보로 보관하고 나머지 하나는 해체해 똑 같이 만들기 위해서였다. 타네가시마토키카타는 섬에서 가장 뛰어난 카타나카지(刀鍛冶かたなかじ 칼 만드는 대장장이)인 야이타킨베에키요사다(八板金兵衛清定やいたきんべえきよさだ)라는 이에게 텟포 복제를 명했다. 

 켄베에는 칼을 만드는 솜씨로 텟포를 만들었다. 쇠를 다루는 데는 자신이 있어 거의 완성했지만 결정적인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다. 화약이 들어가는 공간 뒤 총신의 바닥을 봉해주는 부품인 네지(ネジ 나사못)가 핵심부품이었는데 이를 만들 기술이 아예 없었다. 지금 같으면 별 것 아니지만 당시 일본에는 네지를 만들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군의 명령이라 어떻게든 텟포를 만들어야 했던 킨베에는 고민에 빠졌다. 이를 지켜보던 킨베에의 딸 와카사히메(若狭姫わかさひめ)는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포르투갈인게게 시집을 가서 기술을 알아오겠습니다.”

와카사히메는 실제로 포르투갈인과 결혼해 일본을 떠났다. 와카사히메는 이로서 일본 최초로 아시아계가 아닌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한 일본인이 된다. 고향을 떠난 그녀는 이듬해 포르투갈인 기술자를 데리고 일본에 돌아와 네지의 원리를 전수해 아버지가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텟포를 완성하도록 한다.

고향에 돌아온 와카사히메는 갑자기 죽는 것으로 돼 있다. 일본에서 최초로 신병기인 텟포를 국산화하기 위해 부친에게 효도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에 충성했다는 그야말로 ‘소제쯔’(壮絶そうぜつ)한 스토리라 민화나 전설로 각색돼 있다. 
  
부친인 킨베에가 네지(ネジ)제조 비법을 물어보자 포르투갈인은 “작은 섬나라 원주민이 이를 개발하는 것은 무리다. 혹시 딸 와카사히메를 준다면 가르쳐 줄 수도 있다”고 했고 킨베에는 아무리 다급해도 사랑하는 딸을 포르투갈인에게 줄 수는 없다고 고민했다는 것이다.  

와카사히메가 기술을 가지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킨베에는 사랑하는 딸을 다시 포르투갈인과 함께 떠나보낼 수 없어 그녀가 급사했다고 둘러댄 것으로 전해진다. 

와카사히메가 실제로 죽었는지 이후 행적은 묘연하다. 하지만 그녀의 무덤과 신사는 지금도 남아있으며 그 소제쯔(壮絶そうぜつ)한 스토리는 아름답게 구전되고 있다. 그리고 와카사히메가 포르투갈인 남편을 따라 타네가시마를 떠나고 불렀다는 망향가도 남아있다. 

“달의 해도 일본방향,  그리운 부모님이 있다고 생각하면!”(月の日も大和(やまと)の方ぞなつかしきわが二親(ふたおや)のあると思えば)

와카사히메가 포르투갈인의 아내가 돼 고향을 떠났다 돌아온 것은 역사적인 사실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녀가 실제로 비장의 기술을 습득해 아버지에게 전수했는지는 사료로 증명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인이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의 결정체인 텟포의 사소한 부품 네지(ネジ)하나에 얼마나 열정을 바쳤는지를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비장한 전설임에는 틀림없다. 

타네가시마쥬(種子島銃たねがしまじゅう)에 서려있는 와카사히메(若狭姫わかさひめ)의 타마시이(魂たましい)가 오늘날 우주로켓을 쏘아올리는 일본기술력의 뿌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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