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의 달(荒城の月)과 별이지는 추풍의 오장원(星落秋風五丈原)

카테고리 없음|2020. 11. 13. 04:42

  황성의 달(荒城の月) 오장원(星落秋風五丈原)  

 


달을 보니 문득 황성의 달(荒城の月 코죠노쯔키)이란 일본 가요가 떠오른다. 1901년에 발표됐으니 1930년대에 유행한 우리가곡 ‘황성옛터’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곡으로 수많은 일본 가수들이 불렀고 최근에는 네덜란드가 낳은 음악가 앙드레 류(Andre Rieu)도 멋들어지게 연주한바 있다. 원래 일본악기 샤미센에 맞는 유장한 일본풍의 곡이지만 서양악기로 연주해도 손색없는 불후의 명곡이다. 荒城の月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곡 가운데 하나로, 작사를 한 일본의 천재적 근대시인(土井晚翠 도이반스이)의 작품은 아주 수준이 높다.

 

 


1.春高楼こうろうの花の宴えん めぐる盃さかずきかげさして
千代の松が枝えわけいでし むかしの光いまいずこ
봄날 고루의 꽃의 향연, 돌고 도는 술잔에 (달빛)비치네. 
천년 노송의 가지로 (달빛) 비췄네, 옛날의 빛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2.秋陣営の霜の色 鳴きゆく雁かりの数見せて
植うるつるぎに照りそいし むかしの光いまいずこ
가을 진영의 서릿발, 울며 가는 기러기 세어보았네.
늘어진 칼날에 (달빛)비췄네, 옛날의 빛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3.いま荒城のよわの月 替わらぬ光たがためぞ
垣に残るはただかつら 松に歌うはただあらし
지금 황성을 비추는 한밤의 달빛, 변함없는 달빛은 누구를 위함인가 
성의 담장에 남은 것은 칡넝쿨, 소나무에 노래하는 세찬 바람뿐.

 


4.天上影は替わらねど 栄枯えいこは移る世の姿
 写さんとてか今もなお 嗚呼荒城のよわの月
천상의 그림자는 변함이 없건만 영고(성쇠)는 바뀌는 것이 세상의 모습 
비추려고 하는가 지금도 역시, 아아 황성의 한밤중의 달이여.

 


일본의 전통시가 하이쿠에 季節을 상징하는 季語(키고)가 들어가듯이 이곡의 가사에도 1.2절에 봄과 가을, 꽃(사쿠라)와 서리, 酒宴과 軍營이 相照하는 절창을 이룬다. 

 


荒城の月은 스토리가 아주 풍부하다. 작곡가 滝廉太郎(타키렌타로)는 15세에 작곡을 배운 천재 음악가로 21세였던 1901년에 이 곡을 짓고 2년후인 23세에 독일유학중에 폐결핵으로 요절한다. 황폐해져 성터만 남은 유적지란 의미의 황성(荒城)은 작곡가인 滝廉太郎(타키렌타로)와 작사가인 土井晚翠(도이반스이)의 유년시절 연고지와 관계가 있다. 타키렌타로와 관련해서는 큐슈 오이타현의 오카성(岡城), 그리고 도이반스이와 관련해서는 그의 고향인 센다이의 아오바성青葉城(あおばじょう)과 연관이 있다. 

 

 

물리적 장소로는 오카성과 아오바성이지만 스토리는 작사가인 도이반스이가 여행한 적이 있는 후쿠시마현 서부 会津若松(아이즈와카마쯔)의 鶴ヶ城(쯔루가성)과 관계가 깊다. 메이지 시대 아이즈번은 도쿠가외 쇼군의 일족으로 보신전쟁(戊辰戰爭)때 한달 동안 정부군과 격전을 벌였다. 당시 아이즈번은 모든 무사가문의 15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을 모아 白虎隊(뱍코타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343명의 白虎隊는 무사도와 장창으로 대포로 무장한 정부군에 저항하다 성이 함락되자 20명만이 불길을 뚫고 탈줄한다. 그리고 할복자결을 하는데 한명이 극적으로 살아남아 역사에 알려지게 된다. 

 

 

 

白虎隊의 자결소식은 도이 반스이의 심금을 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메이지 시대 일본정부는 중학교용 음악교재 편찬을 위해 문학, 음악가에게 관련작업을 위탁했고 도이반스이는 詩文세편을 제출하는데 그 가운데 한편이 바로 ‘荒城の月’이었고 白虎隊의 장엄한 역사가 서려있는 쯔루가성 (鶴ヶ城)을 떠올렸다고 한다.

 


荒城の月가 발표됐을 당시 일본 음악계는 和魂洋才를 구현한다면서 서양가곡을 수입해 일본노랫말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타키렌타로가 작곡한 荒城の月는 그 정반대였다. 또 土井晚翠가 청소년 무사 白虎隊의 스토리(사지로 나가는 자식들에게 남자는 강해야 한다면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부모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식들을 군대에 보냈던 당시 기성세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荒城の月는 중국인들도 상당히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한시에 바탕을 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에 나오는 달은 중국인도 좋아하는 소재다. 土井晚翠는 일본근대최고의 시인으로 그가 낸 天地有情(てんちうじょう)이란 시집도 유명하다. 이 시집에 수록된 대표적 작품으로 중국인도 열광하는 시는 星落秋風五丈原(ほしおつしゅうふうごじょうげん)이다. 삼국연의에서 북벌도중에 오장원에서 병사한 촉의 승상 제갈량의 충성심과 사(士)의 기질을 비장하면서도 雄渾한 필치로 묘사한 작품이다. 星落秋風五丈原은 상당히 길이가 긴 長詩인데 1절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삼국연의에서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 바로 제갈량이다.

 


   祁山(きざん)悲秋(ひしゅう)の 風(かぜ)更(ふ)けて
  陣雲(じんうん)暗(くら)し 五丈原(ごじょうげん)
  零露(れいろ)の文(あや)は 繁(しげ)くして
  草(くさ)枯(か)れ馬(うま)は 肥(こ)ゆれども
  蜀軍(しょくぐん)の旗(はた) 光(ひかり)無(な)く
  鼓角(こかく)の音(おと)も 今(いま)しづか
  丞相(じょうしょう)病(やまい) あつかりき
  丞相(じょうしょう)病(やまい) あつかり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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